2009년 04월 01일
황제내경 - 영추 - 해설
본 황제내경의 영추해설은 네이버카페 正鍼硏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九針十二原 第一
第一章
黃帝問於岐伯曰 余子萬民하고 養百姓而收其租稅호대 余哀其不給하야
而屬有疾病이면 余欲勿使被毒藥하고 無用砭石하야
欲以微鍼으로 通其經脈하고 調其血氣하며 營氣逆順出入之會하야
令可傳於後世하야 必明爲之法하야
令終而不滅하고 久而不絶하며 易用難忘하야
爲之經紀하고 異其章하야 別其表裏하며 爲之終始하야 令各有形하야
先立鍼經하노니 願聞其情하노라.
(字句解)
子 : 자식같이 위하다.
組 : 구실 조.
稅 : 구실 세.
微鍼 : 조그맣고 가는 침. 개량된 침.
營 : 운영.
逆順 : 혈기가 경맥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아래로 내려갔다 하는 것. 서로 상반되므로 하나는 逆으 로 가고, 하나는 順으로 간다는 뜻.
出入 : 혈기가 들락날락하는 것.
會 : 기가 만나고 갈라지고 하는 것.
經紀 : 조리. 체계.
鍼經 : ≪靈樞經≫을 침경이라도도 함.
情 : 실정. 이치.
(옮김)
황제가 기백에게 묻기를, “내가 백성을 아끼고, 그들이 잘 살아갈 수 있게 돌보고, 또 그들에게서 세금을 거두지만 받는 만큼 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 항상 마음 아파하고 있다.
만약 백성들에게 질병이 생기면 약성이 강한 약을 사용하여 몸이 상하게 하거나 폄석을 써서 기운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고, 개량된 가는 침을 사용하여 경맥을 통하게 하고 혈기를 조절하여 기혈이 잘 순환되게 하려 한다.
이것이 후세에 전해질 수 있게 원칙을 밝혀서, 영원토록 없어지지 않고 오래도록 끊어지지 않으며, 사용하기에 쉽고 잊혀지지 않게 하여야 한다.
이것으로 기틀을 삼아 분류하여 항목별로 나누고, 침에 관한 모든 것을 정리하여 침의 형태를 구별시켜 놓고자 우선 침경을 만들려고 하니 그 내용을 말해 주었으면 좋겠다.”
(주)
黃帝 : 전설에 의하면 중국 문화의 창시자로 醫藥을 창조하였음. 醫書 중에는 황제가 지은 것으로 이름을 빌려 온 것이 많음.
歧伯 : 전설상 고대 醫家로서 후인이 歧天師라 부르기도 함.
藥性이 강한 약[毒藥] : 병원체를 공격하거나 邪氣를 치는 약. 예)항생제, 附子 등.
砭石 : 자극이 강한 둔탁한 침. 옛날 석기시대에 만들어 쓴 의료기구의 하나로, 돌을 뾰족하게 갈 아서 종기를 째는 데 주로 사용했다. 이것이 침의 기원이 되었다.
經脈 : 氣血이 통하는 통로.
氣血 : 기능과 영양물질.
通其經脈 調其血氣 : 치료의 목적이다. 병은 血氣에 이상이 생겨 오는 것으로, 순환이 안 되거나 균형이 깨진 상태이다. 순환이 안 되는 것은 經脈을 통하게 하고, 균형이 깨진 것은 血氣를 조 절한다.
<해설>
원문의 子를 대개 ‘사랑한다’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子라고 했지 愛라고 한 것은 아니다. 愛라고 하는 것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甘呑苦吐)’는 뜻을 지니고 있다. 담배를 끊은 사람은 몸에 나빠서 끊었다고 말한다. 또 담배 많이 피우는 사람을 愛煙家라고 한다. 몸에 나쁘다고 생각하거나, 나에게 불리하다고 생각되면 끊는 게 애연가다. 이게 사랑이다. 愛酒家는 술을 좋아한다. 그러나 싫으면 안 마시는 게 애주가고, 또 좋을 때는 다시 마시는 게 애주가다. 愛妾도 역시 싫어지면 내쫓는다. 이게 愛의 뜻이다.
자식은 싫어도 자식이고 좋아도 자식이다. 싫거나 좋거나 그 애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것이 자식이다. 그래서 ‘백성을 자식같이 위한다’라고 해야 한다. ‘나는 백성을 사랑한다’는 말은 싫으면 발로 차버린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즈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쓰는데, 윗사람을 좋아할 때는 부모같이 모시고 아랫사람은 내 자식같이 생각한다고 얘기해야지, 부모를 사랑하고 자식을 사랑한다는 말은 좀 어색한 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병을 고치는 방법은 두 가지로, 약도 병원균을 瀉하는 약과 병원균을 극복하고 내 몸을 補하는 보약으로 나눌 수 있다. 毒藥이란 사하는 약으로 下品(≪신농본초경≫에서 한약을 상품, 중품, 하품의 것으로 구분했다.)에 속하는데, 겸하여 원기를 손상시킨다.
치료의 목적은 通其經脈과 調其血氣의 두 가지다.
병은 혈기에 이상이 생겨서 온다. 혈기를 陰陽으로 이야기하면, 血은 陰이고 氣는 陽이다. 血氣의 이상은 血이 實하면 氣가 虛해지고, 또 氣가 실하면 血이 허해지는 두 가지 경우 중 하나다. 병은 균형이 잡히지 않은 것이니, 균형이 잡히지 않으면 하나가 커지고 다른 하나가 작아진다. 하나가 강해졌으니까 다른 하나가 약해져 허실이 된다.
허실이 되지 않을 때는 막힌 경우다. 그러니까 한쪽이 실하면 瀉하고 따라서 다른 쪽은 補해야 한다. 만일 하나가 실하지도 않고 다른 하나가 허하지도 않으면, 부실불허(不實不虛)다. 허하지도 실하지도 않은 것은 막힌 것으로, 경맥만 다스린다.
침으로 보사를 할 때, 천천히 찌르면 보하는 것이고 천천히 빼면 사하는 것이다. 침은 뾰족하므로 자극을 주면 기가 모인다. 정신적으로 자극을 주거나 주목하게 하면 그쪽으로 기운이 몰린다. 탁 치면 기운이 몰려서 붓는데, 이것이 말하자면 보법으로 실하게 하는 거다.
찌를 때 서서히 찌르면 보가 되는데 뺄 때는 재빠르게 빼야지 천천히 빼면 사가 되어 기운이 빠져나간다. 실한 것은, 찌를 때는 빨리 찔렀다가 뺄 때는 천천히 빼야 한다. 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빨리 찔렀다가 천천히 돌려 가면서 빼면 사가 된다.
어떤 사람의 관심을 나한데 돌리려면 눈에 띄게 해야 한다. 옷도 야하게 입어야 다 나를 집중해서 쳐다본다. 특히 여자들은 남하고 똑같은 모양의 옷은 사지 않는다. 그러니까 디자이너들도 희소가치가 있으니까 똑같은 옷은 잘 만들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소리라도 ‘꽥’하고 질러야 다 쳐다볼 것이므로, 이것저것 옷 사 입을 돈도 없는 사람은 자기에게 주목하게 하기 위해서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또 화술이 능한 사람은 묘한 말을 해서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한다.
실할 때는 침을 천천히 빼고 허할 때는 천천히 찌르는데, 또 한 가지 숨을 들이마실 때 찌르면 사법이고 내뱉을 때 찌르면 보법이다.
기운을 보충할 때 호흡을 맞추어야 한다. 역도선수가 역기를 들 때는 들기 전에 지금 내뱉을까 들이마실까 호흡으로 보사를 맞추기 위해서 준비를 한다. 들이마셨다가 내뱉을 찰나에 아랫배에 힘을 주면서 번쩍 들어야지, 숨을 들이마시면서 들면 사법을 썼으니까 들지 못한다.
복싱 도장에 가면 코치가 늘 아랫배에 힘을 주라고 주문한다. 숨을 밑에 내뱉으라는 말이다. 숨을 내뱉으면서 주먹을 내밀어야 한다. 또 상대방이 숨을 들이마실 때 때리면 녹아웃(knock-out) 된다.
누가 볼을 때리려고 하면, 그때 숨을 들이마셨다가 멈추고 볼에 힘을 주게 된다. 그래야 안 아프다. 이게 보법이다. 이거야 기본이다. 아이들도 ≪내경≫ 원리는 알고 있다. 소리를 크게 지르려면 숨을 들이마셨다가 “뭐야” 하고 소리를 질러야지, 숨을 들이마시면서 소리를 지르면 안 된다.
이건 알고 보면 합리적이어서 하나도 어렵지 않다. 이 이치를 모르니까 괜히 어렵고 또 바로 잊어버린다.
허하고 실은 늘 같이 다닌다. 따라서 허하다고 해서 그냥 허하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반드시 어디에 실한 게 있다는 증거다. 내가 오늘 돈을 벌었다고 하는 것은 나를 중심으로 하는 얘기니까 그렇다는 말이지, 대자연의 창조주 입장에서 볼 땐 어떤 사람은 손해를 봤다는 뜻이다.
옛날에 어떤 이가 잘 만든 활을 사냥터에서 잃어버렸다. 부하가 “아까운 건데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니까 그 사람이 말하기를, 이를테면 “대한민국에 떨어진 것은 대한민국 사람이 줍겠지”라고 했단다. 이러니 얼마나 그 나라의 영도자로서 폭이 넓으냔 말이다. 그걸 공자가 듣고 “‘천하에 떨어진 것 천하 사람이 줍겠지’라고 했으면 더 훌륭한 말이 되었을걸” 했다. 이처럼 어디가 허할 때는 다른 데가 실한 것이다.
치료의 목적은 通經脈과 調血氣 두 가지다.
第一 九鍼十二原
第二章
2-1
岐伯答曰臣請推而次之하야 令有綱紀하야
始於一終於九焉호리이다 하야 請言其道이다.
(字句解)
推而次之 : 미루어 순서 지어서.
綱紀 : 체계.
綱 : 벼리 강. 그물의 큰 줄, 굵은 줄로 줄거리를 말한다.
道 : 自然의 理致. 도를 닦는 것은 자연의 이치를 알려고 하는 것이다.
(옮김)
기백이 대답하길, “제가 내용을 1편에서 9편으로 나누어 순서에 따라 조리 있게 설명드리겠습니다.”
2-2
小針之要는 易陳而難入하니 麤守形하고 上守神이라.
(字句解)
小鍼 : 침 또는 개량된 침. 어떤 책에는 ‘小’자가 없다.
麤 : 성길 추. 거칠 추. 下工, 즉 돌팔이라는 뜻이다.
(옮김)
침술의 요점은 말로 하기는 쉬어도 그 원리와 기술을 체득하여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下工은 눈에 나타나는 형체만 따지고, 上工은 눈에 보이지 않는 氣의 움직임을 살핀다.
(주)
下工 : 얕은 지식과 서툰 의술로 겉에 보이는 형식만을 좇는 의사.
上工 : 겉에 드러나는 형식뿐 아니라 기의 흐름을 헤아릴 줄 아는 능숙한 의사.
【해설】
침의 이치는 말로 하기는 쉬어도 몸에 배게 하기는 어렵다.
변비가 있을 때는 百會에 침을 놓으면 좋다. 그러나 백회에 찌른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씨름하는 걸 보면 업어치기로 이기고 호미걸이로 이기는데, 그 기술 자체는 어렵지 않다. 넘어가는 사람은 업어치기면 넘어간다. 그러나 업어치기를 한다고 그냥 넘어가는 게 아니다. 적재적소에 어떻게 이용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침도 어디다 놓으니까 즉효라고 하지만, 이미 나은 경우라서 그렇지, 거기에다 놓는다고 해서 다 낫는 게 아니다. 학교에서 강의할 때, 이런 이런 환자가 서울대학병원에서도 못 고쳤는데 이거 쓰니까 약 두 첩 만에 싹 나았더라 하는 말들을 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똑같은 병으로 오더라도, 사람이 다르고 日辰이 다르고 月建이 다르고 하기 때문에 아무 소용없다. 이런 얘기는 참고로 들어야지, 사실 그런 말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학교에서는 다만 비교적 잘 낫는 경우가 있더라 하고 통치적 방식으로 얘기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까 나중에 외국 사람한테 강의한다고 할 때에는 원리를 가르쳐 주면 안 된다. 그 사람들한테 얘기하면 ‘why why why?’를 너무 자주 연발하기 때문이다. 그 말에 휩쓸리면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할뿐더러 또 다 알기도 어렵다. 가장 잘 써먹고 가장 잘 듣는 것 몇 가지를 이야기해 주면, 비교적 범위가 넓기 때문에 일 년이나 반년 뒤에는 그 사람도 해볼 테고, 그래서 병이 잘 낫게 되면 그만큼 대우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양방에서는 못 고치지만 한방으로 잘 낫는 것만 하는 것이 좋다.
유럽 사람들은 편두통을 못 고친다. 편두통의 원인도 잘 모른다. 편두통은 列缺에 침을 놓아야 한다. 그것도 사관에 먼저 놓고 열결에다 놓으면 잘 낫는다. 사관에 침을 놓는 것은 전신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전신은 좌우 상하니까 손발 네 곳이나 혹 다리도 포함해 足三里까지 놓는데, 전신의 기가 약 27분에서 30분 사이에 한 번 도니까 30분 내지 1시간은 留鍼을 해라.
그런데 그걸 제대로 하려면 침을 한꺼번에 팍 찌르지 말고 淺刺해서 조금 깊이 또 조금 더 깊이 나눠서 찔러라. 처음에는 어느 정도 찌르는지 그 표정을 곁눈질로 보고 찡그리면 그만 찌르고 가만히 있으면 조금 더 자극을 주려고 더 찌르는데, 감을 못 잡으니까 나중에는 거울을 보며 표정을 살피곤 했다. 학교에서 이런 건 안 가르쳐준다.
시험을 보면 맨날 수태음폐경의 경혈을 쓰라고 한다. 수태음폐경은 혈이 몇 개 안 되니까 중부, 운문, 협백, 척택, 공최 하는 식으로 지금도 외운다. 다른 경혈은 문제로 내봤자 다 쓰는 사람이 없으니까 아예 내지도 않고, 특히 胃經을 쓰라고 하면 설사 다 알았더라도 잊어버리고는 못 쓴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이 혈은 어느 병에 놓으면 낫고 이 혈은 어디다 놓으면 낫는다고 배운다.
어디에 침을 놓으면 낫겠지만 그중에서 비율이 어느 정도냐 이렇게 가르쳐야 한다. 사람들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니까 그저 무슨 병에 무엇이 좋다고 선전만 하면 약을 사가고, 또 어느 정도 좋다는 기준이 없으니까 마구 선전하는 것이다.
추(麤)라는 것은 돌팔이란 말이다. 돌팔이에는 眞돌팔이와 假돌팔이의 두 종류가 있다. 면허증은 있지만 실력이 없는 의사도 말하자면 돌팔이인데, 이를 진돌팔이라 하고, 실력은 있는데 면허증이 없는 경우를 가돌팔이라 한다.
실력이 없는 사람은 “合谷은 岐骨間 함중”이라며 외형만 따진다. 또 어디어디 上 3촌이라고 하는데, “3촌이 뭐냐?”라고 하면 대답을 못한다. “가운뎃손가락의 둘째 마디를 1촌으로 한다”고 배웠는데, 비쩍 마르고 키가 큰 사람의 1촌은 길기 때문에 이런 사람에게 깊게 찔러야 하는지, 키가 작고 똥똥한 사람의 1촌은 짧으니 얕게 찌를 것인지 아닌지 잘 모른다.
그러니까 침을 놓을 때는 기가 도는 걸 봐가며 해야 하는데, 下工은 어디다 놓으라는 객관적인 이론만 자꾸 따진다.
연애할 때도 연애 잘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나와서 잘하는 것이 아니다. 무식한데도 잘하는 사람이 있다. 오히려 조금이라도 공부를 한 사람은 못한다. 옆에 앉아서 차 마시면서 얘기하자니 싱겁다. 선을 볼 때도 형제는 몇인지 학교는 어디 나왔는지 중신아비한테 들어서 뻔히 다 아니까 가만히 앉아 있다. 그러나 좀 사기성이 있는 무식한 사람은 아주 기질을 발휘해서, 신문에 난 기사가 어떻고 어제 여자 배구를 하는데 중국한테 15:2로 이겼고 어쩌고, 할 얘기가 무진장 있다.
여자와 데이트를 잘하는 사람이 쓴 책을 살펴보니까, 그 사람은 여자를 몇 번 정도 만났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춤추러 가자고 한단다. 춤추면서 서로 시선이 딱 마주치면 그 사람이 내게 호감을 가졌다는 표시이므로 그때 나가자고 하면 틀림없이 성공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옆에 앉아서도 손을 잡을까말까 망설이면 남자답지 못해서 보이콧 당한다.
*
2-3
神乎라 神客在門에 未覩其疾하니 惡知其原고
刺之微는 在速遲하니 麤守關하고 上守機라.
(字句解)
神乎 : ‘神乎哉’라. 신비스러움이여.
神客在門 : 정기와 사기가 穴자리에 같이 있다는 말이다. 神이라고 하는 것은 正氣고, 客이라는 것은 客氣, 즉 사기다. 神客은 정기와 사기가 같이 만난다는 뜻이다. 門이라는 것은 경혈이다.
關 : 사지관절. 관절.
(옮김)
아, 신비하도다!
正氣와 客氣가 경혈까지 침범했는데도 병이 온 줄 모른다면 그 병의 근원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침술의 묘미는 침을 찌르고 빼는 속도에 따라 기를 조절하는 것이니 下工은 경혈이 있는 외형적인 관절만을 고집하고 上工이어야 기의 움직임을 다스릴 수 있다.
【해설】
邪氣라는 것은 본래 무엇인가?
神客에서 神과 客은 서로 상대적인 것으로, 客은 곧 客氣니 반대로 神이란 主氣다. 주기란 다른 것이 아니고, 사람 몸에 있는 모든 기운이 다 주기다. 正氣는 주기의 일부가 邪氣와 싸울 때 비로소 정기라고 하는 것으로, 적군이 되는 邪敵이 있을 때 우리편을 정의군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즉, 싸우는 상대자에 대해서 우리편을 정의군이라고 하는 것이다.
神客在門이란 적이 문간에 들어와서 정기하고 다투는 것이니, 이때의 객기가 곧 사기이며 邪氣實이 된다. 사기가 있다 하면 벌써 정기가 있는 것으로, 정기가 없이 사기만이 있는 법은 없다. 병이 나면 정기, 사기가 다 어울려 있는데 그걸 모르고 정기 한 가지만 따진다든지 사기 한 가지만 따져서는 병의 원인을 알 수 없다. 병의 원인이라는 것은 정기와 사기 양쪽에 다 있는 것이다.
下工은 관절의 외형적인 침 놓는 자리에만 집착한다. 책에 보면 원칙은 대충 알고 그 근방을 헤아려서 찾으라고 되어 있다. 혈자리가 딱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것이다. 서툰 사람은 ‘여기가 혈이냐, 아니냐’ 하고 따지고, 上工은 ‘기가 어디에 있나’를 살펴본다. 이것을 알면 된다.
흔히 어머니들은 자기 집안 식구의 눈치를 잘 안다. 여느 사람이나 딴 집 식구는 모르는 것을 ‘쟤가 좀 이상한데!’ 하고 대번에 알아차린다. 이게 機를 안다는 뜻이다. 神의 동태를 딱 안다는 말이다. 그래서 “밥 안 먹을래”하고 대답해도, 목소리와 안 먹는다는 말의 내용을 조합해서 ‘좀 이상하다’라고 판단한다. 마찬가지로 의사는 병에 대해서 그런 점을 알아야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2-4
機之動이 不離其空하니 空中之機는 淸靜而微하야
其來不可逢하고 其往不可追니 知機之道者는 不可掛以髮이오
不知機道하면 叩之不發이라
知其往來하야 要與之期니 麤之闇乎여 妙哉는 工獨有之라.
(字句解)
機 : 氣.
其空 : 其穴의 空中.
淸靜而微 : 고요하고 미미하다. 눈에 띄기 어렵다. 아주 미미하다.
知機之道者 : 氣가 왔다갔다 하는 것을 아는 사람.
叩之不發 : 두드려도 반응이 없다. 아무리 얘기해도 모른다.
與之期 : 시술하는 시기.
要與之期 : 補瀉를 시술하는 시기를 기다려라. 잘 살펴서 이때다 하고 찌르고, 이때다 하고 빼야 한다.
(옮김)
기의 움직임은 경혈을 떠날 수 없는 것인데, 경혈에 있는 기는 고요하고 미미하여 잘 알 수 없으니, 邪氣가 왕성해질 때는 함부로 대항하여 자극하지 말아야 하며, 사기가 쇠퇴해지고 정기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을 때는 사기를 빼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기의 움직임을 살피려면 터럭만큼도 그 움직임을 놓쳐서는 안 되니, 기의 움직임을 모르면 아무리 얘기해도 이해하지 못한다.
기의 왕래를 잘 알아야 補瀉의 시점을 선택할 수 있으니 답답하구나 下工이여!
深妙한 이치는 上工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해설】
氣라는 것은 구멍, 경혈을 떠나서 말할 수가 없다. 曲池혈이나 合谷혈을 잘 보면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근육이 붙어 있는 것도 탄력이 있는 사람이 있고 무력한 사람이 있는데, 무력한 사람은 胃가 약한 것이다. 이런 사람은 합곡을 누르면, 어느 정도 가볍게 눌렀는데도 자지러지게 아파하며 신경질을 낸다. 그러나 몸이 건강하고 튼튼한 사람은 좀 세게 눌러도 별로 아파하지 않는다. 잘 보면 여기의 색깔도 다르고, 윤기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도 다르다.
손 하나 보고서도 얼마든지 진단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옛날 중신아비는 여자 선 볼 때 손부터 만져 보아 건강을 살폈다. “손 좀 보자!”고 얘기하면 조금 뭐할 거 같으니까, 귀여운 아기 손 만지듯이 싫은 감을 안 주게 슬며시 만져 본다. 손에 윤기가 없어서 꺼멓게 그을음에 그을린 것 같으면 腸이 나빠서 영양 흡수를 잘 못해 건강치 못한 것으로 여겼다.
보통 일 잘하는 식모는 위와 장이 좋아 잘 먹고 기운이 좋다. 기운이 나니까 또 일을 잘 하게 되고 일을 잘 하니까 더 잘 먹게 된다. 그래서 평소에 화장품을 잘 안 발라도 살결이 겨울에 물걸레질 친 것 같고 우윳빛처럼 뽀얗다. 그러니까 일 잘하는 식모를 두려면 손을 먼저 보아야 한다.
신경을 많이 써서 위나 장이 나쁘면 아무리 영양크림으로 도배질을 해도 피부가 꾀죄죄하다. 그러니까 손의 때깔이 좋아야 한며, 또 만져 봐서 손끝이 차면 물론 체기가 있는 것이다. 체기가 오래되면 內熱이 생긴다. 바깥이 차면 내부는 교류가 안 되니까 열이 생긴다.
교류가 안 되는 상태에서 한쪽이 차면 다른 쪽이 열이 나듯이, 속이 차면 손바닥에 열이 있다. 열이 조금만 높아도 맥이 없고 기운이 없다. 열을 일으킬 때 영양분이 자꾸 연소되고 손바닥의 색도 붉어진다. 양의사들은 이런 경우에 간이 나쁘다 어떻다 하지만, 소화기가 나빠진 지 오래돼서 간이 피로해진 것이다. 간이 소화기 아닌가?
간은 병에 안 걸리는데도, 사람들은 간이 나쁘다면 대단하게 생각한다. 간이라는 것은 수술할 때 3분의 2를 잘라 버려도 멀쩡하고 오장육부 중에서 가장 튼튼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정신력도 강하고 육체적으로 튼튼하여 용기도 있으면 대담하다거나 담대하다고 한다. “간도 쓸개도 없니” 하는 말은 정신력도 육체적으로도 다 약하다는 뜻이다. “간덩이가 부었네” 하는 말은 별것도 아닌 것이 큰일을 했다는 뜻이다.
음식을 먹었을 때 간이 하는 역할이 500가지나 된다고 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해독 작용이다. 그런데 간이 해독 작용을 한다지만, 음식을 먹으면 먼저 타액이 살균도 하고 해독도 한다.
옛날에는 목에 결핵성 임파선염이 생기면 자고 나서 침을 바르라고 했다. 왜냐하면 침이라는 것은 음식 찌꺼기에 적당한 온도와 수분, 공기가 합쳐져 잘 썩어 만들어진 우리 몸에 유익한 항생제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염소를 길렀는데, 염소는 풀에 오줌을 눈 건 잘 먹어도 풀을 뜯어다 침을 발라 주면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으며 뒤로 내뺀다. 침이 대변보다도 더 잘 삭은 것이라, 냄새가 지독해서 그런지 여간해서는 안 먹는다.
그러나 ≪동의보감≫에는, 우리 몸에 좋으니까 아침에 그 침을 삼키라고 했다. 그러면 장에 불필요한 세균은 죽어 버리고 유익한 박테리아만 생긴다. 그래서 장이 편안하다. 에이즈도 키스를 해서는 잘 옮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요새는 아침 점심 저녁마다 이를 닦으니, 그 유용한 침이 아무 소용이 없고 약효도 없다.
상처가 나도 핥으면 잘 낫는다. 짐승들도 상처가 나면 자꾸 핥는다. 이처럼 타액이 소독을 해주는데, 타액으로도 안 되면 위에서 위산이 나와 살균 작용을 한다. 그런데 위가 시원치 않으면 그 작용이 약해지므로 간이 위의 역할을 대신한다. 그러나 간이 아무리 강한 장부기관이라고 하더라도 몇 년 동안 위장 역할을 대신하면 약해진다.
간이 나쁘다고 하면 胃부터 먼저 보고 胃를 고쳐야 할 텐데, 胃를 치료하는 병명이 양방에는 없다. 양방에는 滯症이란 병명이 없다. 체증이란 증상 자체가 없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안 보이니까 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직접 간을 치료하려니까 안 되는 것이다.
환자가 와서 자꾸 얘기하기를, 병원에 갔더니 “한약을 먹지 말아라. 한약 그거 한 사발씩 먹으면 간 다 버린다”고 하더란다. 양약은 약이 적은데 한약은 양이 많아서 그렇다고 하니 환자들이 그렇게 알아듣는다. 그럴 때는 반대로, “한약은 오랫동안 먹어도 괜찮으니까 분량이 많지만 만일 양약을 한 사발 먹으로 금방 죽는다. 독하니까 조금씩 주는 것이고 한약은 그렇지 않으니까 많이 주는 것이다”라고 말하면 된다.
간이 나쁘다면 위를 다스려야 한다. 더욱이 요새 위가 나쁜 사람이 많으니까 위를 다스리고, 까다로운 것이 있으면 그건 어쩔 수 없다. 요즈음에는 위를 다스려야 할 사람이 너무나 많다.
2-5
往者爲逆이오 來者爲順이니 明知逆順하야 正行無間이니
迎而奪之면 惡得無虛며 追而濟之면 惡得無實가
迎之隨之에 以意和之면 鍼道畢矣라.
(옮김)
침을 놓아서 기가 가면 逆이고 기가 오면 順이니(치료해서 원기가 감소되면 역이고 정기가 조금씩 되살아나면 순이니), 기의 오고 감을 잘 알아서 바르게 행하여 조그만 틈도 있어서는 안 된다.
기가 오는 데 대항하여 기를 뺏으면 虛해지는 것이고, 기가 가는 데 따라 가서 보태 주면 實해지는 것이니 보태 주고[補] 뺏는[瀉] 것을 경우에 맞게 할 수 있으면 鍼道는 다 끝난 것이다.
【해설】
침을 놓을 때는 반드시 뜻으로 조절해야 한다. 그냥 공식적으로 침을 놓지 말고, 그 침 끝에 뜻을 둬야 한다. 뜻을 어떻게 두느냐? 어렵지 않다. 침을 구멍 속으로 넣고 무엇을 잡으려는 듯이 침 끝에 뜻을 두어야 한다. 침 끝에 뜻을 두어야 알게 된다. 뜻은 딴 데 두고 침을 놓아 봐야 알 수가 없다.
침이 들어갈 때 부드러운 경우도 있지만 빡빡한 경우도 있다. 빡빡하면 억지로 넣지 말아야 한다. 억지로 하면 대개 붓게 된다. 그러니까 침자리를 구멍[穴]이라고 했다. 제대로 하면 힘없이 들어간다. 그렇다고 너무 힘없이 들어가면 기가 없는 것이다.
기가 어느 정도인지 의심스러우면 衝陽혈에 침을 놓아 돌려 보는데, 침이 뱅뱅 헛돌면 기가 오지 않아 약한 것이다. 기가 오면 수축이 되기 때문에 꽉 잡는다. 得氣냐 아니냐 하는 것은 침을 찔렀다가 가볍게 돌려 보아 좀 뻑뻑해지는 것으로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침 끝에 뜻을 두어야 한다.
꾸준히 연습하면 되는데, 그 연습이 잘 안 된다. 어려워 안 되는 게 아니라 습관이 잘 안 들어서 그렇다. 나도 이렇게 습관을 들이는 데 2년 이상 걸렸다. “以意和之”라고 자기만 보이는 곳에 써붙여 놓고 연습해 버릇하면 훨씬 달라진다.
그리고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뱉으면서 침을 찌르되 대개 하나 둘 셋 넷 하면서 네 번쯤 들이마셨다가 하나 둘 셋 넷 내뱉으면서 침을 찌르면 기분이 좋은데, 계속 연속적으로 숨을 쉬지 않고 침을 찌르면 환자가 더욱 피로해 한다. 그러면 나도 피곤하고 역효과가 난다. 침을 찌르고 잠시 쉬었다가 또 찌르고 해야 한다.
아령을 잘하는 사람은 대개 그걸 터득한 사람이다. 숨을 들이마셨다가 힘을 주고 또 숨을 들이마셨다가 힘을 주지 호흡을 맞추지 않고 힘을 쓰지 않는다. 무엇이고 호흡을 맞추어야 한다. 이야기할 때도 그렇고 모든 경우에 다 그렇다.
그리고 補할 때도 ‘先補後瀉(먼저 보하고 후에 사하라)’하라는 경우가 있다. ‘선보후사’라고 하면, 감기가 들어와서 배에서 열이 펄펄 나는데 먼저 보를 해야 하니 인삼을 주라는 이야기인가?
그게 아니라, 병에 걸려 허실이 있는데 원기가 客氣보다 몹시 약할 때에 해당된다. 날씨는 좋은데 워낙 主氣가 과로해서 허했다, 날씨가 좋은데도 객기보다 원기가 졌을 때는 약한 것을 먼저 보충하라는 말이다. 약한 것을 보충하면 저절로 邪氣가 없어지는데 사기도 자기 기이므로 함부로 깎지 말아야 한다. 사기도 다 기(주기)이나 다만 이것은 상대적으로 객기보다 약하니, 허한 것만 보충하면 균형이 이루어진다.
(양)의사들이 디스크(추간판 탈출증)라고 하여 비어져 나온 게 있을 때 깎아 주면 균형이 맞지 않나 하는데, 그것도 다 내 몸인데 깎기는 왜 깎는가. 침을 놓아서 자연히 균형을 이루게 되어 반듯이 서게 되면 좁아진 곳이 다시 이완되니까 두터워진다. 그러니 자기 몸인 이상 쓸데없는 것이 아니면 자르면 안 된다. 그러니까 ‘선보후사’를 알아야 한다.
≪傷寒論≫에 “太陽病 頭項强痛 無汗發熱……頭痛”이란 말이 있다. 결과가 있으면 왜 왔다는 원인이 있어야 하는데 이건 원인이 없단 말이다. 만약 감기에 걸렸다면 과로해서 그런 건지 陽氣不足이어서 그런 건지 하는 원인이 있다. 노인의 감기는 양기부족, 젊은 사람은 과로, 어린이는 소화 기능이 안 좋아서 하는 식으로 같은 증상이라도 원인이 다 다른데, 원인이 없이 증상만 가지고 치료한다. 어떻게 보면 이 말이 맞다. 그런데 ≪상한론≫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지 않지만, 內因이 있어도 감기가 오고 外因이 강해도 감기가 오는데, 여기서는 內因 말고 外因에 의한 경우를 주로 말한 것이다.
第一 九鍼十二原
第三章
3-1
凡用鍼者는 虛則實之하고 滿則泄之하고 宛陳則除之하고 邪勝則虛之하니
무릇 침을 놓으려면, 氣口脈이 虛하면 氣를 보태주고 氣口脈이 實하면 氣를 빼주고, 피가 맺혀서 瘀血이 된 것은 피를 빼고, 邪氣가 성한 것은 사기를 빼주어 허하게 해야 한다.
(주)
·氣口脈 : 기운의 변화가 제일 잘 나타나는 맥.
·瘀血 : 피가 잘 돌지 못하여 불필요한 역할을 하는 것.
【해설】
침 놓는 요점은 이것밖에 없다.
검도 하는 사람이 몇 년 동안 수련해서 몇 단을 따든 간에, “머리! 허리! 손목!” 이것밖에 모르는 것과 같다. “발로 차!” 이건 없다. 더 아는 사람은 ‘찌르기’가 있어 네 가지이다. 그것을 정확하게 빨리 하라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침을 놓는 데 허하면 실하게 보하라는 말이다. 또 배에 먹은 것이 그득하다든지 무언가 꽉 차 있으면 빼주라는 것이다. 어혈이 있다든지 묵은 게 있으면 어혈을 풀라는 것이다. 이것밖에 없다.
그런데 실제 임상에서는 아주 많이 허하거나 많이 실하지 않는 한 그냥 유침하면 된다. 천천히 넣어서 천천히 빼면 보법과 사법을 겸한 것으로, 웬만하면 그러면 된다. 그냥 슬쩍 넣어서 오래 꽂아 놓으면 기가 순환된다. 27분에 한 번 기가 전신을 도니까 한 30분 이상 유침해 보라. 내게 오는 환자한테 四關을 자꾸 놓는데, 그래서 나으니까 그러지 괜히 그러는 것이 아니다.
환자가 아프다고 하면 다쳤는지 물어보아 안 다쳤다고 하면 드러눕게 하여 사관 삼리에 침을 놓는다. 30분 이상 두는데 잠을 자면 그것도 치료니까 내버려둔다. 곤하게 자면 한 시간도 두고 그 이상도 그냥 둔다. 침을 빼고서 일어난 다음에 몸이 좀 어떠냐고 물으면 괜찮다고 한다. 그럼 그것으로 낫는다. 다치지 않고서 왔으니까 기운을 돌려 주면 되는 것이다.
몸이 찌뿌드드하고 불편한 사람에게는 밥을 적게 먹으라고 하고 손을 흔들면서 신경 안 쓰고 시골길을 걷게 하면 낫는 것과 같다.
3-2
大要에 曰 徐而疾則實하고 疾而徐則虛하니
≪大要≫라는 책에 “기가 오도록 침을 천천히 찌르고 빨리 빼서 기가 나가지 못하게 하면 補가 되어 實해지고, 빨리 찔러서 기가 몰리지 않게 하고 서서히 빼서 침을 따라 사기가 빠지도록 하면 瀉가 되어 虛해진다”라고 하였다.
(주)
·大要 : 책 이름. ≪內經≫이 있기 전에도 여러 가지 책이 있었는데 종합적으로 써낸 것이 ≪內經≫이고, ≪大要≫는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다. 고전이면서 원전 중에서 지금 남아 있는 것은 ≪內經≫밖에 없다.
【해설】
침을 천천히 찔러 가볍게 자극을 주면 氣가 온다.
침을 찌르지 않고서도 기가 오게 할 수 있는데, 상대방의 손이라든지 한 곳만 노려보아도 기운이 모인다. 상대가 때릴지 칼로 찌를지 모르니까 기운을 한 곳으로 보내게 된다.
침을 천천히 찌르면 그쪽에 힘을 보내서 실해지는데, 기가 왔으니까 침을 따라 구멍으로 기가 새나가지 않게 빨리 빼야 한다. 천천히 찌름으로써 기가 왔으니까 뺄 때는 탁 빼면 실해진다. 그 반대로 천천히 빼면 기가 나오게 된다. 기를 빼는 것이니까 찌를 때는 기가 오지 못하게 팍 찔렀다가 천천히 빼야 한다.
축농증의 경우, 벌써 코가 맹맹한 것은 기운이 몰려 순환이 안 되니까 그런 것이다. 이런 때는 침을 빨리 팍 찌르고서 천천히 뺀다. 침을 놓기 전에 입을 다물고 숨을 들이마시라고 하면 막히니까 킁 소리가 난다. 그러면 迎香혈을 찌르는데, 똑바로 찌르면 뼈가 닿으므로 [鍼柄이 밖으로 들리도록] 침을 휘어야 침 끝이 수직으로 안 내려가고 휘어져 올라오게 된다. 어떠냐고 물어서 뻐근하다고 하거든 어느 정도 조금 올라간 다음에 천천히 뺀다. 침을 다 빼지 말고 또다시 찌르기를 두서너 번 한다. 그 다음 숨을 들이마셔 보라고 하면 코가 트였다고 한다. 잘 낫는다.
양쪽이 막히면 한 번에 양쪽을 다 하지 말고 한쪽부터 해야 비교가 된다. 鼻通혈이라고 해서 콧날에도 놓고 여기저기에 놓는데 내가 보기엔 이렇게 놓는 게 제일 잘 낫는다. 침이 副鼻洞까지 들어가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보통 조금 들어간 듯 만 듯하여 여하튼 뻐근하다고 하면 서서히 뺀다. 그렇게 하면 낫더라. 그런데 위경맥이 코로 들어가는 것이므로, 언제나 사관을 먼저 놓은 다음에 놓는 것이 좋다.
3-3
言實與虛는 若有若無하고
察後與先은 若存若亡이오
爲虛與實은 若得若失이라
(字句解)
·若有若無 : 있는 것도 같고 없는 것도 같고.
·察後與先 : 무엇이 먼저고 무엇이 나중이냐,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냐.
·若存若亡 : 이런 듯도 하고 저런 듯도 하다.
虛냐 實이냐 하는 것은 침을 놓기 전에 氣口脈을 보아 氣가 있느냐 없느냐를 아는 것이고,
침을 놓기 전과 후에 맥을 보는 것은 보법을 써서 기를 간직할 것이냐, 사법을 써서 기를 뺄 것이냐를 선택하는 것이고,
虛가 되었느냐 實이 되었느냐 하는 것은 침을 놓은 후에 기를 얻었느냐 아니면 기가 빠졌느냐 하는 것이다.
【해설】
若有若無는 표현이 참 잘된 문장으로, 이 표현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내용을 모르는 것이다.
죽음이 가까운 사람을 탁 보고서 죽음을 미리 안다든지, 혹은 상대방의 못마땅한 기색을 눈치챈다든지 할 때는 특별한 근거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느낌이 그냥 그래서 알 수 있다. 잘 보는 사람은 그 느낌이 백발백중 맞는다.
實이니 虛의 근거는 무엇인가? 무엇이 실이고 허인가? 실이니 허니 하는 것은 있는 것도 같고 없는 것도 같아 그 증거는 없다. 다만 그 기색으로 나타날 뿐이다. 가령 염증이라고 하면 실증인데 염증이 매우 심한 경우라면 당연히 나타나지만, 대개 조그만 차이여서 잘 안 나타난다.
염증을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外邪가 들어와서 염증을 일으키는 게 있는데, 이건 항생제를 먹으면 나을 것이다. 그러나 기능이 항진돼서 오는 실증(염증)이 있는데, 이건 기를 조절할 일이지 항생제나 소염제를 쓸 일이 아니다.
부딪혀서 다쳤다든지 하면 기능을 떨어뜨리면 된다. 자극을 받아 통통 부었으나 세균이 들어간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염증이기는 하지만 소염제나 항생제를 쓸 일은 아니다. ‘炎’이라는 글자는 불 화(火)자 둘로 이루어져 있는데, 열이 나는 증상을 말한다. 균을 죽이는 항생제를 쓸 일이 아니라, 반대쪽에 침을 꽂아 놓으면 기운이 몰려 항진된 것이 반대쪽으로 와서 균형이 잡혀 낫는다. 염증의 경우는 두 가지인데, 그 조그만 술어 때문에 한방과 양방에서 차이가 난다.
한의의 진찰 방법인 八綱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陰陽表裏寒熱虛實’을 팔강이라고 하는데, 이를 여덟 가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陰과 陽은 둘이 아니라, 陰陽 하나다. 하나가 있으면 이쪽에선 그늘이고 저쪽에선 양지이니 둘이 아니다. 이게 있으니까 저게 있고 저게 있으니까 이게 있는 것이지, 양지 없이 음지만 있을 수 없고 밤 없이 낮만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음양이 하나다.
음이 많으냐 양이 많으냐, 음과 양의 量이 많고 적음을 虛實이라고 한다. 음이 많으면 陰實이고 부족하면 陰虛로, 음양의 量의 多少가 허실이다. 음양은 하나요 음양의 量이 많으냐 적으냐가 허실이니, 따라서 음양허실은 하나다.
음양의 量이 많으냐 적으냐에 따라서 허실이 되는 것으로, 음실하면 陽虛할 것이다. 말하자면 음은 沈靜시키는 작용이고 양은 亢進시키는 작용이다. 그러니까 양은 기능인데, 기능이 자꾸 실해서 막 돌아가면 열이 생기고, 음이 많으면 물 같은 것이 차니까 寒이다.
그러니까 선반을 깎을 때 꼭 물을 넣으면서 한다. 자꾸 열이 오르면 기능이 잘 안 되니까 거기 맞춰서 빨리 돌아가면 물도 많이 나와서 균형을 맞추는 거다. 음이 실하면 寒하고 양이 실하면 熱이 있으니까 음양한열허실도 하나다.
熱은 實熱과 虛熱 두 가지가 있는데, 實자는 보통 생략한다. 양이 실하면 열이지만, 음이 허해도 열이다. 음이 허하면 허해서 나는 열이니까 허열이다. 寒도 實寒이 있고 虛寒이 있다. 양이 허하면 추위를 타는데, 이런 때는 허해서 오는 한이니 허한이다. 이처럼 허열과 실열이 있고, 실한과 허한이 있다. 따라서 음양한열허실이 하나다.
여기에 內外를 합하여 여덟 가지 면에서 본 한 개의 강령이다. 음강, 양강, 허강, 실강 이런 식으로 보면, 이건 八綱이 아니라 綱八이다. ≪팔만대장경≫이 팔만 개가 아니라 한 개의 책인 것과 같다. ≪팔만대장경≫도 있고 ≪천만대장경≫도 있지만 이 책은 편이 팔만 천만이라는 이야기지 책은 한 권이다.
五臟이란 하나의 臟을 다섯 가지 면에서 보아 오장이라고 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六腑도 하나다. 胃에서부터 소장, 대장, 방광이 하나인데, 여섯 가지 면에서 위는 주로 소화, 소장은 주로 흡수, 대장은 주로 배설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오장도 기능에 있어서는 하나이므로 脾臟이 아니라 脾다.
음양한열허실내외는 여덟 가지 면에서 본 하나여서 팔강이다. 만일 음강 있고 양강 있고 허강 있고 실강 있고 하는 식으로 이해하면 생전 가야 해득이 안 된다. 한 개냐 여덟 개냐는 무엇에 기초를 두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르다. 오장이 다섯 개의 장이라고 이해하면 안 된다. 다섯 개의 작용을 하는 장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察後與先’에도 여러 가지 뜻이 있는데, 무엇이 먼저고 무엇이 나중이냐 또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냐 하는 것이다. 이것도 일본 책에 보면 애매하게 설명되어 있다.
절대적인 원인은 없다. 가령 내가 몸이 약할 때, 몸이 약한 것(a)이 결과라면 원인은 무엇이냐? 밥을 잘 안 먹어서(b) 그렇다면, 밥을 잘 먹게 하면 몸이 튼튼해진다. 그럼 밥을 안 먹는 원인이 무엇이냐? 또 밥을 안 먹는 원인이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체했다(c)든지. 그럼 왜 체했느냐? 체한 원인이 또 있을 것이다.
(a)의 원인은 (b)이고, (b)의 결과는 (a)이고, 또 (c)가 원인이 되었을 때의 결과는 (b)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치료를 할 때는 이걸 생각해 보고서 (b)부터 치료할 것인지 아니면 (c)부터 치료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기운이 없으니까 기운을 차리게 녹용을 먹여야 한다든지, 그렇지 않으면 체를 풀어 줘야 한다든지.
어린애가 밥을 잘 안 먹어서 몸이 약한 경우에 녹용이 든 보약을 먹으면 밥 잘 먹는다는데 하면서 한 첩만 지어 달라 두 첩만 지어 달라며 찾아온다. 밥이 없어서 밥을 못 먹는 게 아니라 안 먹히니까 못 먹은 것이니 억지로 먹일 수는 없다. 그렇다고 밥도 안 먹은 애에게 녹용 든 약을 준다고 기운이 나지는 않는다. 이런 아이에게는 녹용을 지어 주되 정리탕(正理湯) 한 첩을 함께 준다. 그래서 밥을 먹으면 흡수가 잘 되니까 몸이 좋아지게 된다.
어떤 아이는 몇 살이 되도록 여태껏 밥 달라는 소리를 해본 적이 없다고 해서 사관을 놔줬더니 침을 맞고 집에 가자마자 밥 달라고 하더라며 참 신기하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어떤 것이 먼저인지 나중인지 이걸 잘 알아야 하는데, 이것도 감(勘)을 잘 잡아야 한다.
구분해서 따지기보다는 전체를 보아야 한다. 한방에서의 병은 무엇이든 전신병이다. 가령 다치지 않았는데도 새끼손가락이 아프다면 심장이 안 좋다든지 소장이 안 좋다든지 전신에 이상이 있는 것이다. 이가 아파도 그렇다.
다친 것은 병이 아니다. 망치로 탁 쳤는데 병 걸렸다고 하거나 칼로 베었는데 병 걸렸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다치지 않고 이상이 생겼을 때에는 하다못해 삐었을 때도 자세히 물어보아야 한다. 삐었다고 할 때 우선 언제부터 아프기 시작했는지 물어보아야 한다. 삔 날부터 아프다든지 그 다음날 자고 나니까 아프다든지 하면 주원인이 삐었기 때문이다.
어떤 할머니가 애를 안으려는데 한두 살 먹은 그 애가 들이받았다. 그날은 괜찮았는데 며칠 지나니까 뜨끔뜨끔 아프다는 것이다. 이건 몸이 약해서 온 것으로, 애가 들이받은 것이 주원인은 아니다. 이 할머니는 補를 해줘야 한다. 즉, 기운을 보강시켜 줘야 한다. 삐어서 왔다고 침을 놓고 피를 뽑는다든지 뭘 붙여 주어서는 잘 안 낫는다.
또 물을 한 바가지 들다가 삐끗해 허리가 아프다는 사람도 보를 해줘야 한다. 물 한 바가지 든 게 다칠 만한 일은 아니다. 밥상을 들다가 허리를 삐끗했다면 보를 해줘야 한다. 오죽 못난 사람이냐. 딴 사람들은 다 괜찮은데 왜 저만 밥상을 들다가 삐느냐?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트럭을 들라 해도 못 들고 말지 삐지는 않는다.
기운 순환이 안 되니까 심하면 앉았다 일어나도 어지러운 것이다. 일어났기 때문에 삐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 경우에는 기운을 보강해 주어야 한다.
그러면 무엇으로 기운을 보강하느냐? 왜 기운이 허한가를 살펴봐야 한다. 밥을 못먹었나, 운동이 부족한가, 하는 식으로 살펴야 한다. 기운을 통하게 하고 밥을 잘 먹게 하기 위해 흔히 쓰이는 게 정리탕이다. 정리탕은 평위산(平胃散), 이진탕(二陳湯) 등을 합한 약이다. 정리탕을 잘 이용하되 그것으로도 잘 안 나으면 좀 힘든 경우이다.
간단한 보약으로는 쌍화탕을 주고, 좀더 보할 때는 십전대보탕을 쓴다. 요즘 사람은 약 맛이 쓰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천궁 같은 것도 쓰다고 한다. 녹용을 넣을 때는 당귀를 3g만 넣는다든지, 구기자를 넣는다든지, 산약을 넣는다든지, 산수유를 넣는다든지 하고 인삼은 좀 많이 써야 한다. 약한 사람은 인삼을 두 곽(600g)정도 넣어 준다. 남자의 경우에는 녹용을 지어 주어도 기운을 허투루 소모하여 소용이 없을 때가 많다. 성인들은 부부관계 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차라리 인삼이 낫다고 생각한다.
‘若存若亡’의 뜻은 이런 듯도 하고 저런 듯도 하다는 말이다. 약할 때는 약한 쪽을 다스려도 되고 아니면 반대쪽을 다스려도 된다. 그러나 그 사람에게 제일 좋은 지름길이 있으므로 이걸 잘 보는 것이 명의다. 병은 이렇게 해도 낫고 저렇게 해도 낫는다. 그러니까 환자를 잘 본다는 사람들의 처방이 다 같지 않고 모두 다르다.
요즘 시대로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먹는 것이 충분한 반면 육체적 운동은 부족하다는 걸 의식하고 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콜레스테롤이 문제가 된다.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는 최대의 원인은 섬유질 부족과 운동 부족이라고 나와 있다. 그러면 한방에서 뭐라고 했느냐? 음식과 육체적인 운동, 영양 흡수와 소모가 균형이 안 맞았을 때 병이 생긴다고 했다. 운동은 부족한데 먹는 것이 많으면 콜레스테롤이 많아지는 것이다.
콜레스테롤은 고기를 먹어서 생기는 게 아니다. 채소만 먹어도 낀다. 콜레스테롤은 대장과 간에서 자꾸 만드는데, 기능 이상으로 많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음식물을 통해서 얻는 것보다 만들어지는 것이 많다. 음식물을 통해서 얻는 것이 100mg 정도이고 자기 몸에서 만드는 것이 300mg 내지 500mg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음식을 많이 먹어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축구선수 같은 운동선수들은 불고기를 많이 먹지만 그들이 콜레스테롤 환자는 아니다. 먹는 만큼, 혹은 그 이상 소모를 하기 때문에 균형이 맞으니까 그런 것이다.
먹는 건 조금 먹고 운동을 지나치게 많이 해도 영양 부족으로 병이 생기지만, 먹는 건 많이 먹고 소모를 적게 하면 영양분이 자꾸 축적되어 혈압도 높아지고 당뇨가 되기 쉽다. 당뇨의 원인은 대개 영양 과잉이다. 그러니까 고량진미를 많이 먹는다거나 먹고 소모가 잘 안 되었을 때 생긴다. 먹은 만큼 소모한다면 아무리 먹어도 좋지만 균형이 안 맞으면 당뇨가 된다. 요즘은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는 경향이 있으니까 따라서 환자들에게 조금 먹게 해야 한다.
위장에 열이 있으면 뺨이 붉어지고 음식을 잘 먹고 나서도 자꾸 배가 고프다. 무엇이든 잘 먹으니까 식구들이 저 사람은 위장만은 참 좋다고 한다. 그러나 이게 위장병이다. 그런 사람은 대개 뺨이 붉고 충혈이 잘 되며 늘 피로하다. 잘 먹어도 열을 일으키느라고 자꾸 소모가 되니까 그렇다.
그러므로 음식을 조금 먹게 하고, 속의 열을 없애 주는 채소를 먹게 해야 한다. 어느 정도 먹느냐? 최근에 서양 의사회에서 발표한 내용이 비타민 C 3000mg이다. 한국 사람은 2000mg쯤 먹으면 된다. 2000mg이라면 오렌지주스 만원 정도 되는 양이다. 시중에서 파는 비타민 C를 먹는 것도 좋다. 그러나 약보다는 음식을 통해서 먹는 것이 훨씬 몸에 좋다.
일본 사람이 쓴 책을 보면, 우리의 김치 중에서도 열무김치가 단연 최고라고 했다. 생각해 보면 옛날 사람들이 제일 잘 먹은 게,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공히 즐겨 먹던 열무김치다. 열무김치는 섬유질이 질기다. 햇볕을 쪼이고 물을 안 주면 더 질겨 맛이 없으므로, 콩밭 사이에 심은 열무를 최상으로 쳤다. 거기다가 열무김치 하면 쌀밥이 아닌 보리밥이 제격이다. 보리밥과 열무김치 하면 또 고추장이 들어간다. 함께 섞어 썩썩 비벼 먹으면 한 사발을 먹어도 체하지 않는다.
≪동의보감≫에 보면 곡식이 107종인데, 그중에서 가장 좋은 것이 오곡이다. 오곡은 쌀, 보리, 콩, 조, 수수를 말한다. 쌀에는 두 가지가 있다. 찹쌀하고 멥쌀인데, 찹쌀은 많이 먹을수록 나쁘니 사지가 약해지고 중풍에 잘 걸린다. ≪동의보감≫에 보면, “찹쌀은 사지가 약해지고 풍을 발한다”라고 쓰여 있다. 요즘 계속 먹기 때문에 풍이 자꾸 오는 것이다.
그전에 일본에서 말하길, 쌀의 씨눈에는 비타민 B₁이 많아서 좋다고 했는데, 여기에는 독성이 많다. 뭐든 씨눈에는 독성이 많다 특히 멥쌀의 씨눈에는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다고 한다. 현미일수록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있고 농약이 많다. 이걸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 얼마 전 신문을 보니까, “간암 사망률 세계 제1위가 한국” “교통사고 사망률 제2위가 한국”이라고 나와 있었다.
또 물을 많이 마시는 사람도 적지 않다. 목 마르면 물을 마시되 일부러 마시지는 말라고 하면, “TV에서 물을 많이 마시면 장이 깨끗하게 씻겨 내려가서 좋다고 하던데요”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옛날에 까불고 말 안 듣는 사람한테 “저놈 물 좀 먹이라”고 했으니, 옛날 사람 말을 들으라고 한다.
물을 마시면 체력이 떨어진다. 그러니까 권투선수치고 시합 도중에 물 마시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연습하느라고 다섯 시간 동안 뛰던 황영조가 앞에 오는 버스에 달려들어 죽고 싶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얼마나 물을 먹고 싶고 괴로우면 죽고 싶었겠는가. 달리는데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면 인삼 녹용을 진하게 달여서 마셔 가며 뛰면 더 좋지 않겠는가. 그러면 좋을 것 같지만, 물을 마시면 저항력이 떨어진다. 고양이나 개도 아플 때는 물을 안 마신다. 물을 마시면 일시적으로 저항력이 떨어지고 힘이 빠진다.
시골 사람들은 여름에 일을 많이 하는데 일꾼을 부릴 때 식전에 일을 많이 시키고 점심때는 한잠 자고 좀 쉬게 한다. 밥값을 하려면 식전에 일을 많이 해야 되는데, 식전부터 물을 마시면 일을 하기 틀린 셈이다. 그래서 “식전부터 냉수 들이키고 자빠졌다”고 야단을 치는 것이다. “식전부터 냉수 마신다”도 아니라 “냉수 들이키고 자빠졌다”이다. 옛날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한 데는 다 까닭이 있다. 다만 무식하니까 표현을 그렇게 했을 뿐이다.
“물을 마시면 속이 시원하고 쑥 내려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속이 깨끗해지면 그날로 즉사해 버린다고 얘기해 주어도 된다. 장에는 박테리아가 우글우글해서 반 이상이 썩어 대변으로 나오는데, 그 박테리아가 없어지면 생똥을 눌 테니까 당장에 죽을 것이다.
그리고 물 한 동이를 직선으로 되어 있는 수챗구멍에다 힘껏 부어야 씻겨 내려가지, 하행결장 상행결장 횡행결장 이렇게 구불구불한 데다 물 몇 모금 마신다고 싹 내려갈 리도 없다.
‘若得若實’. 허와 실은 얻은 듯 잃은 듯하다는 이 말은 어떻게 보면 애매하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두 사람이 서로 싸우려고 “덤빌래, 덤빌래?” 하다가 쑥 물러서는 것은 싹수가 어떻다는 걸 감지했기 때문에 실행에 옮기기 전에 이렇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눈치를 봐서 실행하는 것처럼, 허해지고 실해지는 것은 얻은 듯 잃은 듯 애매하다는 말이다.
‘이거냐 저거냐’ 이런 식이면 안 된다. 그 눈치를 알아야 한다. 한의학은 이런 것이다. 양의사에게 “醫者는 意也”라고 하면 못 알아듣는다.
모든 것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하는 것도, 정확하게 저울로 달아서 측량을 해서 하는 것도 사람에 따라서 달라야 하기 때문에 애매하고 불확실하다.
복싱할 때 펀치를 초속 얼마로 치라고 하는 경우는 없으며, 처음 1라운드나 2라운드에 타탁 타탁 주먹을 교환해 보고 ‘4라운드에 가서 치면 되겠다, 11라운드까지 끌어야 되겠다’라고 감을 잡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계산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양의사는 못 알아듣는다. 勘을 잡으라는 건 있을 수 없는 말이라고 하더라. 자기네로서는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양약을 줄 때 몇 살짜리는 얼마만큼, 또 몇 살짜리를 얼마 하는데, 이것도 말이 안 된다. 그 사람이 정확하게 몇 살짜리라도 체질이 강한 사람이 있고 체격이 큰 사람이 있으므로 감을 잡아서 줘야 할 것이다. 대충은 기준이 있다 하더라도 일일이 산술적으로 할 수는 없을 것이다.
3-4
虛實之要는 九針最妙하니 補瀉之時에 以鍼爲之라
寫曰 必持內之하고 放而出之하야 排陽得鍼하면 邪氣得泄하고
按而引鍼하면 是謂內溫이니 血不得散하고 氣不得出也라
補曰 隨之니 隨之는 意若妄之하야 若行若按하야 如蚊蝱止하야
如留如還하며 去如絃絶하야 令左屬右하면 其氣故止하야
外門已閉하고 中氣乃實하니 必無留血하고 急取誅之니라
(字句解)
·得鍼 : 出鍼. 침을 빼는 것.
·內 : 들일 납.
·誅 : 벌줄 주.
虛하게 하고 實하게 하는 것은 침을 놓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침으로 보사를 할 때 사법은 반드시 침을 꼭 쥐고서 빨리 찌르고, 뺄 때는 침구멍을 열어서 안에 있는 사기를 빠져나가게 한다.
이때 침을 빼면서 침구멍을 막아 버리면, 맺혀 있는 氣血은 흩어지지 못하고 사기는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는데, 이것을 ‘內溫(납온)’이라 한다.
보법은 침을 찌를 때 장님이 길을 가듯이 천천히 찌르고, 모기가 앉아 있다 날아가듯이 살짝 留鍼시키고, 뺄 때는 팽팽한 줄이 끊어지듯이 침을 빨리 빼는데, 오른손으로는 침을 빼고 동시에 다른 손으로는 침구멍을 막으면 기가 속에 머물러 있게 되어 충실해지게 된다.
울혈(鬱血)이 생기지 않게 조심해야 하는데, 만약 울혈이 생기면 문질러 빨리 없애 주어야 한다.
【해설】
크게 말하면 虛냐 實이냐다. 허실은 균형을 잃었다는 것이다. 균형이 딱 잡혀있으면 허가 어디 있고 실이 어디 있겠는가? 허실은 균형이 잡혀야 하는데, 한쪽이 허해지니까 다른 한쪽이 실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양쪽이 모두 허해지거나 모두 실하게 되는 경우는 없다. 다만 문제는 ‘허해서 실이 왔느냐, 실하기 때문에 허가 따라왔느냐’이다. 즉, 어느 것이 主고 어느 것이 副냐가 다를 뿐이다.
균형을 잃어 저울추가 한쪽으로 쓰러졌는데, 이쪽이 무거워서 쓰러졌는지 아니면 다른 쪽이 너무 가벼워서 쓰러졌는지를 알아야 한다. 균형을 잃은 것은 같아도 둘 중의 하나를 결정해야 한다.
감기가 왔는데 날씨가 사나워서 왔느냐, 그렇지 않으면 날씨는 좋았는데 몸이 약해서 왔느냐를 가려야 한다. 내 몸은 괜찮은데 날씨가 워낙 사나웠다면 瀉하는 약을 줘야 하므로 解表劑를 준다거나 해열제를 준다. 그런데 딴 사람은 다 괜찮고, 여름이고, 날씨도 좋은데 감기가 왔다면 몸이 약해서 온 거니까 補해 줘야 한다.
모두 균형을 잃은 상태지만 주된 동기가 實로 인해서 왔느냐 虛로 인해서 왔느냐, 즉 주체가 허해서 왔느냐 객기가 실해서 왔느냐에 따라서 약은 달라진다. 어느 것이 主냐에 따라 정반대가 된다. 이게 서양의학과 다른 점이다.
가령 밥을 먹었는데 많이 먹어서, 혹은 못된 음식을 많이 먹어서 왔다면 瀉하는 약이 되는 소도제(消導劑)를 써야 한다. 그러나 조금 먹어도 잘 체한다든지 혹은 조금 먹어야 되는데 한 숟가락을 더 먹어서 왔다면, 이건 음식 때문이 아니고 위장이 약해서 생긴 것이니 補하는 약을 써야 한다. 두 가지 경우가 겉으로는 같아 보이지만 약은 서로 다르다.
대체로 서양의학은 사하는 약을 주로 쓴다. 약국이나 양방병원 옆에 개원을 하면, 보해야 될 사람인데 사하는 약을 써서 잘 낫지 않는 환자가 한의원에 오기 때문에 잘 된다.
3-5
持針之道는 堅者爲寶이니 正指直刺하야 無鍼左右니 神在秋毫라
屬意病者하야 審視血脈하야 刺之無殆라
方刺之時에 必在懸陽과 及與兩衛니 神屬勿去하고 知病存亡이라
血脈者는 在腧橫居니 視之獨澄하고 切之獨堅이라
(字句解)
·正指直刺 : 똑바로 잡고 곧게 찔러라.
·神在秋毫 : 정신이라는 것은 조그만 일에 달려 있다.
·懸陽 : 陽을 들어올리는 것.
·兩衛 : 脾氣와 胃氣. 가장 대표적인 것이 土氣이다. 오장의 토는 脾氣이고, 육부의 토는 胃氣이다.
침은 단단히 잘 잡고 곧게 찔러 좌우로 기울어지지 않게 하고, 정신을 침 끝에 집중시키며 마음을 환자에게 두어서 혈맥을 잘 살펴야 제대로 놓을 수 있다.
침을 놓을 때는 [陽]기를 자극시키고(끌어올리도록 하고), 의사와 환자[脾와 胃]의 [衛]기를 통하게 하는 데 있으니 의사의 정신을 환자에 두어 흩어지지 않아야 병이 나았는지 안 나았는지를 알 수 있다.
잘 돌지 못해 생긴 혈락은 경혈 부근에 맺혀 있어 유난히 뚜렷하게 보이고 눌러 보면 좀 단단하다.
【해설】
침을 잡을 때에는 단단하게 잡는 것이 좋다. 단단히 쥔다는 것은 손가락에 기를 주고 있다는 뜻으로, 검도할 때도 마찬가지다. 침은 검이나 마찬가지다. 똑바로 잡고 곧게 찔러서 중심을 향해 좌우측이나 앞뒤로 기울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물론 橫刺할 때도 있고 斜刺할 때도 있는데, 사자도 중심을 향해서 곧게 찌른다는 말이다.
정신이라는 것은 조그만 데, 조그만 일에 달려 있다. 사람이 눈치를 볼 때도 조그만 일에 정신을 차려서 유의하도록 해야 한다. 침도 그렇지만 지압을 할 때도 환자에 뜻을 두어야 한다. 환자와 한 몸이 되어야지 자기가 힘이 세다고 해서 몸이 약한 환자를 힘껏 누르면 부작용이 생긴다. 환자가 몸이 약하면, 지압을 할 때도 거기에 맞추어 아프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딱 알맞을 정도로 해야 한다. 그러니까 입장을 환자에게 두어서 시술해야 한다.
혈맥이 실할 때에는 반드시 경혈 부분이 부풀어 오른다든지 하여 나타난다. 의식해서 보면 유난히 뚜렷하게 나타나 보이고 손으로 짚어 보면 유난히 단단하다. 몸이 실하고 혈압이 높은 사람은 뒷목 부위를 보면 살이 두껍고 뻣뻣해지는 경우도 많다. 삼릉침을 한 1mm나 2mm 나오게 하여 찌르고 휴지를 대보면 피가 쭉쭉 나온다. 그러면 그것만으로도 금방 개운해지고 혈압도 내린다.
예전에는 의사들이 혈압 높은 사람의 정맥에서 피를 많이 뽑았다. 혈압이 높은 사람은 뒷목덜미에 피가 잘 맺히기 때문에 늘 무겁게 느끼고 목 뒤가 자주 아프다고 하는데, 몸이 좀 실하고 튼튼하면 피를 뽑아 주어라. 한증막에서 피 뽑는 경우, 아무렇게나 찌르는 것 같아도 그것도 치료의 한 방법이다. 피 순환이 안 되어 맺힌 것을 뽑으면 일단 시원하다.
【出典】 황제내경 영추 강의 - 침을 놓으면 왜 병이 낫는가?
선우 기 강의, 영보한의학연구소 정리, 미래M&B, 2002
# by | 2009/04/01 03:55 | Books_Feel_河도洛서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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